Ⅰ. 서론






   1. 문제 제기



  인간은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매순간 낯선 상황들을 맞이하며, 알지 못하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미래를 향해 살아간다. 이러한 인간의 삶에서 사람들은 오랜 옛날부터 화를 피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방편으로 천문을 관측하고 달력을 제작하기 시작했으며,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만들었다. 그래서 미래를 예측하는 학문은 인간의 문화로서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해왔다.1)

  고대 중국에서는 운명2)을 예측하는 술수3)를 하나의 학문체계로 분류하였다. 『한서(漢書)』「예문지(藝文志)」를 보면 술수에는 크게 6가지 방법을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천문(天文)․역보(歷譜)4)․오행(五行)․시구(蓍龜)5)․잡점(雜占)․형법(形法)6)이 바로 그것이다. 천문은 정치․전쟁․치국은 물론 모든 술수의 기본적인 바탕이 되는 것이었다. 역보는 생활 계획을 세우는 달력의 역할은 물론, 술수에도 사용되었다. 오행도 정치․의술․술수 등 여러 방면에 사용되었다. 그리고 시구․잡점․형법은 술수로서 생활에 활용되었다.

  우리 선조들도 인간의 운명에 대해 끊임없이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조선시대에는 과거 시험을 통하여 운명에 관련된 학문을 연구하는 기능인들을 관리로 등용하였다.7) 고대에 점술은 본래 제왕을 위한 학문으로, 제왕과 일부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런데 오늘날 점술은 모든 사람들에게 일반화되었다. 그리고 운명을 예측하는 술수학은 우리 사회문화의 한 형태로 넓고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점을 보지 않는 민족은 거의 없다.8)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운명에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명(命)을 알려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인간의 본능적 생태와 사회문화적 현상을 무가치한 것으로 몰아붙이기보다는, 여러 학문과 연계하여 운명을 예측하는 술수학에 대한 심도 있는 검증과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버릴 것은 버리고 계승․발전시킬 부분은 더욱 연구하여 발전시켜서 학문화하도록 해야 한다.

  오늘날 운명을 예측하는 술수학 중에서도 사주명리학이 대표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사주명리학은 이 세상에서 ‘지금’, ‘여기’를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명을 음양오행이론을 통해 헤아리고 파악하는 이론이다. 사주명리는 인간의 사후 세계가 아니라 현실을 대상으로 삶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다. 이것은 사주명리가 현실적이고 인본주의적 성격을 띤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사주명리는 자연의 주기를 관찰하여 얻은 음양오행이론을 통해 인간의 명에 대해 예측하는 학문이다. 이는 기상예측․주식예측 등의 예측학과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 이론적으로 볼 때 사주는 천문을 바탕으로 하여 만들어진 예측학으로서 사람이 태어난 생년․생월․생일․생시, 이 네 가지로 인간의 길흉화복에 대한 미래의 예측과 판단을 한다.

  유가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겨 사회적 인륜관계를 말하였으며, 도가는 자연을 강조하고 자연을 중심으로 인간과 사회를 인식했다. 사주명리는 자연을 바탕으로 한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조화를 꾀하고 자신의 명을 파악한다. 이렇게 볼 때 명리의 이론과 그 사상은 유가와 도가적 사상과 상통하는 부분도 있다고 보여 진다. 

  본 논문은 조선시대 과거시험과목으로 명리학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고 전해지고 있는 원천강(袁天綱)9)명리학 및 원천강 명리사상을 철학적으로 인식하고 연구하는 데 그 주된 목적이 있다. 지금까지는 이 분야에 대해서 학계에서 연구한 바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10) 본 논문의 주 된 텍스트는 『원천강오성삼명지남(袁天綱五星三命指南)』인데 줄여서 『원천강(袁天綱)』이라고도 한다.11) 『袁天綱五星三命指南』의 서명을 풀어보면 ‘天綱’은 하늘의 벼리란 뜻으로, 하늘의 원칙․법칙, 하늘의 중추적인 줄기, 하늘의 다스림 등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五星’은 목성․화성․토성12)․금성․수성이다. 천강이 하늘의 원판인 경(經)이라면 오성은 경을 움직여 다니는 위(緯)가 된다. ‘三命’은 고전 명리서 『삼명통회(三命通會)』에 “삼명은 간으로 록을 삼아 그것을 천원이라고 하고, 지지로 명을 삼아 그것을 인원이라고 하며, 납음으로 자신을 삼아 그것을 지원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것은 고인이 조화를 살핌에 천지를 본받아서 음양을 체득하고 사주에 배정해서 팔자를 만든 까닭이다”13)고 나와 있다. 또 세 가지 운명(運命), 곧 명대로 복을 누림, 착한 일을 해도 해(害)를 입음, 그리고 선악(善惡)간에 마땅한 갚음을 받는 것의 세 가지14)라고도 한다. 명리적 관점에서 삼명은 사주를 해석하여 그 사람의 길흉화복을 풀어내는 측면의 삼명을 말한 것이고, 왕충의 명리는 삶에 있어 도덕을 강조한 삼명을 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둘의 입장을 정리해 보면 ‘삼명’은 인간의 ‘운명’에 대한 총칭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袁天綱五星三命指南』이란 서명은 ‘명(命)을 가르치는 지침으로써 하늘의 벼리’란 뜻이다.

  『원천강』은 조선 시대에는 관상감(觀象監)15)에서 암송하여 과거 시험을 치렀던 명리서적이었다. 당시 관상감에 설치되었던 명과학16)에서는 『원천강』의 내용을 모두 외워야 할 정도로, 술수 분야에서는 매우 비중있게 다루었던 명리서였고, 이는 조선의 전시대에 걸쳐 명리학에 커다란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과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를 보면 조선 초 세종부터 조선 말 고종 때까지 여러 왕에 걸쳐, 『원천강』은 명과학의 교재이자 과거시험과목이었다.


1) 施華, 「古老傳統與新領域-訪勞思光敎授」, 『九十年代月刊』(8月), 臺灣 : 1991, 65쪽 참조.


2) 운명이란 인간을 포함한 우주의 一切를 지배하는 필연적이고 초인간적인 힘이나, 그 힘에 의하여 신상에 닥치는 길흉화복을 말한다. 또는 인생에서 삶과 죽음, 건강과 질병, 부귀와 빈천, 성공과 실패, 기쁨과 슬픔 등 인간의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말한다.


3) 陰陽, 卜筮 따위로 길흉을 점치는 방법을 말한다. 占은 팔괘·육효·오행 따위를 살펴 과거를 알아맞히거나, 앞날의 운수·길흉 따위를 미리 판단하는 일을 말한다.


4) 책력을 말한다.


5) 시초점과 거북점을 말한다.


6) 풍수, 관상, 인상을 말한다.


7) 조선시대뿐만 아니라 『三國史記』를 보면 이미 고구려에는 국가기관에서 천문과 점성을 담당한 일자(日者)가 있었다. 『三國史事』(卷15)「高句麗本紀」3. 次大王 4년 5월 참조. 그리고 『高麗史』를 보면 고려시대에도 천문과 기후의 변화를 통해 점복과 예언을 실행한 卜博士가 사천감이나 태사국의 관료로 일을 하였다. 윤이흠 외, 『고려시대의 종교문화』, 서울대학교출판부, 2002년, 150~151쪽 참조. 이들은 오늘날 명리학자와 비슷한 일을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8) 李亦園, 『宇宙觀․信仰與民間文化』, 臺灣 : 稱鄕出版社, 1999, 5~6쪽 참조. 중국인들은 운명이나 팔자를 믿고, 점을 치며 풍수를 즐긴다. 운명이나 풍수에 대한 믿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는데, 최근 중국인 점술가가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위해 사무실을 타원형으로, 풍수에 맞추어 배치해 주었다고 한다.


9) 『中文大辭典』(제8책), 臺灣 : 中國文化大學出版部, 1982, 1358쪽. 『舊唐書』(卷191)「列傳」, 臺灣 : 中華書局, 1971, 4쪽 참조. 『新唐書』(卷204)「列傳」, 臺灣 : 中華書局, 1971, 3쪽 참조. “隋末 唐初의 益州 成都人이며 본명은 守成이다. 수나라 煬帝 때 資官縣令이었다.”


10) 원천강에 대해 민속학의 巫歌로서 연구는 경원대학교 국문학과 이수자 교수가 발표한 논문이 있다. 이수자, 「무속신화 ‘원천강본풀이’의 신화적 의미와 위상」, 『南道民俗學의 進展』, 태학사, 1998.


11) 袁天綱, 『袁天綱五星三命指南』, 1609~1648(光海君~仁祖), 간행처 미상, 訓鍊都監字版, 소장처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袁天綱』을 <장서각>에서 소장한 『袁天綱』과 비교해 보면, 제작연대가 <장서각>에 소장된 것이 당대(唐代)라고 명시되어 있는 것만 다르고 나머지 사항은 같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소장한 『袁天綱』이 그 보존상태가 양호한 선본(善本)으로 이것을 본 논문의 저본으로 삼았다. 이하 『원천강오성삼명지남(袁天綱五星三命指南)』은 『원천강(袁天綱)』으로 줄여서 표기한다.


12) 필자의 견해로는 오성에서 土는 토성이 아니라 지구로 보아야 한다.


13) 萬民英,『三命通會』, 臺灣 : 武陵出版有限公司, 1998. 693쪽 참조. “三命以干爲祿謂之天元以支爲命謂之人元以納音爲身謂之地元此古人窺見造化所以法天地而體陰陽配四柱而成八字此珞.” 三命을 三元이라고도 한다. 張新智, 『子平學之理論硏究』, 臺灣 : 國立政治大學 博士學位論文, 2002, 66쪽 참조. 宋대 자평명리부터는 天元, 地元, 지장간 속에 있는 天干을 人元이라 하여 三元이라고 했다.


14) 淸 陳立 撰, 『白虎通疏證上』「壽命」, 北京 : 中華書局, 1997, 391~392쪽 참조. 黃暉 撰, 『論衡校釋』「命祿」, 北京 : 中華書局, 1990, 49~50쪽 참조. ‘受命’ 또는 ‘正命’, ‘遭命’, ‘隨命’의 세 가지 운명을 말한다. 즉 명대로 복을 누리고, 착한 일을 해도 害를 입고, 善惡간에 마땅한 갚음을 받는 것의 세 가지를 말한다. “명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는데, 壽命을 받아서 한도를 지키며 살고, 遭命을 받아서 억울한 불행을 당하게 되고, 隨命을 받아서 한만큼 상응하게 받는다. 壽命이 제일 좋은 명이다. 隨命은 개인의 행실에 따라 받는 명이다. 遭命은 누군가가 닥치는 대로 죽이고 빼앗는 시대를 만날 경우 위로는 혼란을 일삼는 군주를 만나며 아래로는 재앙과 이변이 마구 닥치게 되어 있으니, 숱한 사람의 생명을 요절시킨다.”(命有三科 以記驗. 有壽命以保度 有遭命以遇暴 有隨命以應行. 壽命者 上命也. …. 隨命者 隨行爲命 若言怠棄三正 天用剿絶其命矣. …. 遭命者 逢世殘賊 若上逢亂君 下必災變 暴至 夭絶人命.) 여기서 壽命과 隨命은 性과 연결 짓고 조명만이 명 즉 운명으로 보았다. 따라서 왕충의 삼명은 성으로서의 명과 운명으로서의 명을 모두 말한다고 볼 수 있다.


15) 조선시대 天文·地理學·曆數(책력)·測候·刻漏 등의 사무를 맡아보던 관청이다.


16) 한국브리태니커인터넷사이트 (http://www.britannica.co.kr) 2004년 5월 7일. “命課學 : 조선 시대 과거 가운데 음양과의 시험과목, 또는 관상감에 설치된 음양학을 일컫는 말이다. 星命, 卜課에 관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1466년 세조 12년에 음양학을 명과학으로 개칭하고 훈도 2명을 두었다. 명과학 생도는 10명이 정원이며, 이들은 시험을 통해 관직에 나갈 수 있었다. 초시는 관상감에서 祿名한 사람을 대상으로 시험을 치러 4명을 선발했고, 복시는 예조가 관상감 제조와 함께 시험하여 최종적으로 2명을 뽑았다. 시험 과목은 『袁天綱』, 『徐子平』, 『應天歌』, 『範圍數』 등이었다.”

   韓㳓劤 외 4인 역주, 『譯註 經國大典』,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6, 342쪽. “命課學 : 星命, 卜課에 관하여 연구하는 학문이다. 본래 六典에는 天文, 地理와 함께 총칭하여 陰陽學이라 하였다. 그러나 세종 때부터 지리에 관한 학문은 風水學이라 칭하게 되었고, 曆象, 日, 月, 星辰에 관한 학문은 天文學이라 칭하게 되자 성명, 복과에 관한 학문만 음양학이라 일컫게 되었다. 그 후 세조 12년에 음양학을 명과학으로 개칭하여 훈도 2명을 두었다. 명과학의 생도 정원은 10명이었다.”

   韓㳓劤 외 역주, 앞의 책, 341쪽. 명과학의 경우『원천강』은 背講(배강 : 책을 스승 앞에 펼쳐 놓고 자기는 보지 아니하고 돌아앉아서 외움)하게 하였으며, 『徐子平』․『應天歌』․『範圍數』․『剋擇通書』․『經國大典』은 臨文考講(책을 눈앞에 펴 놓고 읽게 하던 강서 시험)하게 하였다.